추석 차례상 음식과 지역별 차이, 전통의 의미를 잇는 명절 밥상

전라남도 영광은 예로부터 ‘굴비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고급 생선 가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온 지역입니다. 이곳은 서해와 접해 있으며, 조기어장이 인접해 있어 매년 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조기가 대거 잡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영광에서 생산되는 굴비는 조선시대에도 왕실 진상품으로 사용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굴비’란 단어는 원래 ‘서로 어울린다’는 뜻의 불교 용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이후 ‘줄로 묶어 말린 조기’로 의미가 확장되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굴비의 형태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영광의 굴비는 특유의 자연 환경 덕분에 더욱 맛이 깊어집니다. 조기를 잡아 천일염에 염장하고, 서해안의 청정 해풍에 건조시키는 과정을 통해 살은 단단하고 윤기가 돌며, 비린내 없이 고소한 향을 내는 굴비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영광에서 즐길 수 있는 굴비정식은 단순히 굴비구이 한 접시로 끝나지 않습니다. 신선하고 풍성한 반찬들, 따뜻한 국물, 정갈한 쌈 채소 등과 함께 차려지는 전통 밥상으로, 지역의 미식 문화와 건강한 식생활 철학을 그대로 담아낸 귀한 한 상입니다.
굴비정식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굴비구이입니다. 이 굴비는 단순한 생선이 아닙니다. 바다에서 잡힌 참조기를 바로 손질하여 염도 15~20% 수준의 천일염에 절인 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해풍에 건조시켜야만 비로소 진정한 ‘영광굴비’가 완성됩니다. 숙성 기간은 보통 2주에서 3주가량이며, 이 시간 동안 수분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변하면서 풍미가 깊어집니다. 정식에 쓰이는 굴비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비늘을 남긴 채 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히는 기술은 장인의 손맛이 필요한 부분이며, 요즘에는 기름 없이 구워도 고소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판이나 무쇠 팬을 이용한 방식도 활용됩니다.
굴비정식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차려집니다.
굴비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저지방 생선으로서, 성인병 예방과 체력 회복에 매우 효과적인 식재료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뇌 기능과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EPA, DH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여주는 데 기여합니다. 비타민 D와 칼슘도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인, 셀레늄 등의 미네랄도 다량 포함되어 있어 항산화 작용과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굴비는 발효 숙성을 거치며 자연스레 생성된 아미노산으로 인해 감칠맛이 뛰어나며, 그 결과 적은 양의 소금으로도 충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염장 식품이라는 특성상 나트륨 섭취를 염려할 수 있지만, 다른 반찬들과의 조화, 국물 요리와의 밸런스를 통해 충분히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입니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거나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싶은 이들에게는 굴비정식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영광 굴비정식은 단순한 생선 한 마리를 넘어선 음식입니다. 그것은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이어져온 손맛의 유산이며, 자연이 선물한 해풍과 바다가 빚어낸 고귀한 결과물입니다. 굴비 한 마리를 중심으로 한 정갈한 밥상은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잠시 쉼과 위안을 주는 따뜻한 한 끼가 되어 줍니다. 오늘날 영광은 굴비 산업과 함께 음식 관광지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각종 지역 축제에서도 굴비정식을 주제로 한 시식 행사와 체험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정성, 자연의 선물, 그리고 전통의 기술이 만나 탄생한 이 한 끼 식사는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 밥상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입니다. 영광을 방문하게 된다면 바닷바람 맞으며 잘 숙성된 굴비 한 마리와 함께, 그 안에 담긴 깊은 손맛과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굴비정식은 단지 먹는 음식이 아니라, 느끼고 기억되는 문화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