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음식과 지역별 차이, 전통의 의미를 잇는 명절 밥상

경주를 여행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기념품 가게나 전통시장 등에서 찰보리빵을 접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작고 동그란 빵 사이에 달콤한 팥앙금이 가득 들어간 찰보리빵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경주의 지역 정체성과 오랜 전통을 품은 음식이다. 한국 전통 간식 가운데서도 비교적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하지만, 찰보리빵은 그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지금은 다양한 지역에서도 재해석되어 판매되고 있다. 찰보리빵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30년대 후반으로, 일제강점기 경주의 한 제과점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쌀이 부족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대체 곡물로 사용되던 보리를 활용해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흔히 ‘보릿고개’라는 말이 상징하듯, 한국 근대사에서 보리는 고난의 시대를 이겨내는 중요한 식재료였으며, 찰보리빵은 그런 시대의 흔적을 품은 음식으로도 해석된다. 이후 1970~80년대를 지나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경주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까지도 지역 상점과 기차역, 휴게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찹쌀과 보리의 중간 정도의 식감을 지닌 찰보리로 만든 빵은 일반 밀가루 빵보다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팥앙금 역시 곱게 갈아 만든 전통 팥소로, 달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앙금 대신 녹차, 고구마, 밤 등을 넣은 퓨전 찰보리빵도 출시되어 다양한 소비자층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찰보리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전통 먹거리인 셈이다.
찰보리빵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부분에서는 재료 선택부터 반죽, 굽기까지의 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찰보리빵은 기본적으로 찰보리 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되, 일부 밀가루와 혼합해 사용하면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있다. 여기에 팥앙금, 달걀, 설탕, 베이킹파우더, 우유 등을 더하면 완성도 높은 찰보리빵을 만들 수 있다.
경주의 찰보리빵은 단순한 빵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 음식이다. 쌀이 귀하던 시절, 민초들의 삶의 지혜에서 비롯된 찰보리빵은 시대의 어려움을 견뎌낸 역사적 산물이며, 그 속에는 한국인의 인내와 창의성이 담겨 있다. 지금은 경주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지만, 그 뿌리는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 속에 뿌리내린 것이었다. 또한 찰보리빵은 관광상품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한 지역의 음식이 가진 잠재력은 단지 맛에 그치지 않고 문화, 역사, 경제로 이어지는 복합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찰보리빵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바라본다면, 우리가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찰보리빵은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가족 간식으로도, 손님 접대용 디저트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오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찰보리빵을 한 번 구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맛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